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뇌관되나?
SVB은행을 시작으로 발생된 금융위기가 잠잠해지는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이란 뇌관이 터지면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요.. 일론 머스크도 걱정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얼마나 큰 문제일까요?
왜 문제인지 하는 설명은 많이들 접하셨을것 같아서 과연 얼마나 문제일지 생각해 봅니다.
미국 CRE 대출은 총 5.6조달러 규모로 이중 70%를 '문제의 지방 중소은행이 담당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팩트 체크를 위해 FRED를 열어 확인하니 은행의 CRE대출은 2.9조달러로 파악되므로 나머지는 비은행 금융기관, 이른바 그림자 금융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상업용 부동산 문제 또한 팬데믹의 여파인 셈입니다.
연준의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장기물 국채에 노출된 은행들에 듀레이션(잔존기간) 리스크가 있고 은행 부문의 많은 상업용 부동산 자산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은행권 위기로) 확실히 경기침체에 더 가까워졌다”고 언급했는데요.... 이것은 미 은행 시스템 내부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도화선이 된 미실현 손실 위험과 연준 긴축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위기 가능성이 계속되고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카시카리 총재는 다만 “은행 시스템은 이러한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으며, 탄력적이고 건전하다”고 립서비스도 잊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율이 상승하여 임대 수입이 감소하고, 급격한 금리 상승이 겹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최근 지방은행 위기 등으로 경기가 약화될 경우, 공실율은 더 높아지고 대출 금리는 더욱 상승하여 많은 부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중입니다.
미국 CRE 대출은 미국 금융기관 대출의 1/4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올해 4500억 달러, 향후 5년간 2.5조달러 만기가 도래합니다. 그렇다면 CRE 대출 부실이 2008년 금융위기급이 될 수 있을까요? 우선 은행의 CRE 대출은 은행의 주거용 부동산 대출 2.5조와 모기지 증권 보유액 2.7조의 약 60% 규모입니다. 당시에는 주택모기지 대출이 대규모로 유동화 되어 유통된 것이 문제였다면 현재 유동화 된 CRE 대출은 전체의 24.9% 이며, 은행들은 대출의 49.9%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따라서 이 자체로는 08년과 같이 빅 뱅크의 문제로 바로 파급하기 보다는 1차적으로는 지방은행 중심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얼마나 문제가 될까요? JP모건은 상업용 주택 담보 대출의 약 21%가 최종적으로 채무불이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9조의 21%, 대략 6000억달러의 부실이 은행권에 발생하게 되고, 이것은 최근의 국채평가손실 추정액 6300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둘을 합쳐보면 1.2조 달러. 미국 은행 전체 자기자본은 2.3조, 보완자본인 Tier1이 2조달러 규모인데 이 가운데 25% 이상이 문제될 수 있다는 계산이고 이는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지방 중소은행에 집중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국채와 같이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부실의 문제이므로 보다 심각한 우려를 부를 것입니다.
다만,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말처럼, FED와 미국 재무부도 이것을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광범위한 뱅크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예금 전액 보장 등 강도 높은 수습책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투자를 잘못한 투자은행 한두 곳이 파산하는 것과 다수의 상업은행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뱅크런이 발생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볼때 위기의 차원이 전혀 다를 것이니까요.
과거 한국도 IMF 외환 위기 당시에, 기존 예금보호 한도와 상관없이 예금 전액보장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적 실수나 예기치 않은 외생변수로 인해 08년도급 또는 그 이상의 위기로 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는 일정한 진통을 겪은 후에 FED가 인플레와 타협하여 금리 인하, 긴축 중단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약간은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플레 헷지 자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합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2020년 말 보도에 따르면 국내 보험, 증권사등의 고위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는 약 11.3 ~ 16조원, 자산운용사의 고위험 익스포져는 약 30.4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JPM이 추정한 부실화율 21%를 적용하면 8조원 손실입니다. 보다 위험도가 높은 후순위, 메자닌 증권에 많이 투자되어 손실율 50%로 비관적인 가정을 한다면 20조원 손실입니다.
이후 다소 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KBL 신한지주의 자기자본이 각각 50조원 규모임을 고려할 때 이 요인 자체만으로 대형은행에 위기가 올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 그리고 국내 가계부채, PF 대출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산재한 상황임을 고려해서 신중한 경제적 선택을 해야 할 시기임은 분명합니다.
지정학 변수
그것이 우연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종종경제 위기에 지정학적 충격이 겹치기도 합니다. 폴 볼커가 인플레와 싸우던 1980년 9월,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합니다. 2000년 나스닥 버블 붕괴 이후 침체가 계속되던 2001년에 9.11 테러가 있었습니다. 중동 등의 변수가 에너지 가격을 흔드는 것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내일 실제로 발생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코로나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난 몇 년간 위기가 겹치면서 최근 30년 동안 지속돼온 경제의 고성장이 끝났다는 것이다. 전 세계 잠재 성장률은 2000~2010년 연 3.5%에서 2011~2021년 연 2.6%로 낮아졌고, 2022~2030년엔 연 2.2%까지 주저앉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보고서는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니다”면서 “무역 비용 절감, 노동력 참여 확대 등의 노력이 이뤄지면 2030년까지 잠재적 경제 성장률이 2.9%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금융계의 잃어버린 10년이 오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요...씨부랄...